영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하나의 주제를 놓고 관련 영화들을 몰아서 보기 프로젝트.
처음에는 '죽기전에 봐야할 영화 100선'같은 뭔가 있어보이고 광활한 대지를 개척하는 느낌으로 시작하려 했으나, 내 비록 영화를 좋아하긴 하지만 장르, 배우, 감독 무시하고 무조건 보는 덕후 기질은 없는지라, 취향이 원하는대로 소소하고 깨알같이 진행하기로 했다.
그 첫 프로젝트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해부하기.
사실, 난 그에 대해 매우 깊은 선입견이 있어왔다. 얼빠들의 왕자님. 멜로에서만 강세를 보이는 전형적인 얼굴로 먹고사는 배우. (난 멜로물을 별로 안좋아한다) 그런 선입견을 갖게 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로미오&줄리엣> 때문이다. 처음 그의 영화를 접한 것이 바로 <로미오&줄리엣>... 당시 내 나이 코흘리개 중딩... 내가 그 나이에 셰익스피어가 뭔지 알게 무엇이며 영화의 그 극적 대사들을 어찌 받아들일 수 있었겠는가. 100% 순수 얼빠정신으로 점철되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라는 짧은 영어 실력으로 쓰기도 난해한 이름을 가진 잘생긴 배우, 오로지 그거 하나때문에 극장에 앉았다. 내 기억으로는 무지 재미없었다. 그 대사들을 알아먹을 수가 없었다. 영화가 끝나고 그냥 매우 잘생겼다만 남았었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나는 이 남자와 다시 한번 마주 앉았다.
그리하여, 첫 작품은,
This Boy's Life
만나는 남자에 따라 정처없이 떠도는 엄마와 이름도 귀여운 토비. 개구쟁이 꼬맹이는 어느덧 소년이 되어 고만고만한 사고를 치거나 또래들과 어울려 다니며 중2병을 앓는다. -.-.. 그러다 토비의 엄마는 새로운 남자, 드와이트 한센(로버트 드니로)과 교제를 시작하게 되고 콘크리트라는 참 이름도 삭막한 시골 마을에 위치한 드와이트의 집을 방문하게 된다. 그후 토비의 계속되는 중2병의 후유증으로 드와이트에게 맡겨지게 되고 이 새아버지라는 남자, 토비를 인간으로 만들어보이겠다며 호언장담을 한다. 내용은 이러한 과정이 지나, 결국 토비 엄마가 재혼을 하여 함께 콘크리트에서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데.
영화를 보기 전, 드와이트라는 인물을 굉장한 악역으로 평한 사람들이 많아서 새아버지의 무시무시한 학대나 뭐 그런걸 상상했으나 실제 영화를 보면 이 인물이 참 복잡하다. 악역이라고 하기엔 찌질하고 마냥 찌질하다고 하기엔 불쌍하기도 한, 주변에서 쉽게 찾아보려면 찾을 수 있는 열등감에 사로잡힌 남성상. 영화 중간중간 토비와 토비 엄마가 마음에 들지 않을때마다 하는 말이 있는데 "여기는 내 집이니, 말을 듣지 않으면 내쫓아버리겠다".. -.-.. 그렇다고 새식구들에게만 그러는것도 아니고 자신의 친자식들과도 소통이 안되는건 마찬가지다.
그런데 여기서, 이 드와이트가 악역이라고 불릴만큼 사악하기만 한 것이냐, 또 그것도 아니다. 다투긴 하지만 토비나 토비 엄마도 따발따발 할말은 다 하고 결국 자기들 하고싶은건 하고만다. 크.... 어찌보면 작은 시골마을에서 고만고만한 친구들과 고만고만한 일상을 평생 살아온 그에게 토비나 토비엄마는 참 감당하기 버거운 존재이기도 했을 것이다. 실제로 콘크리트 마을에서 매년 열리는 사격대회에서 토비엄마는 유일한 여자 참가자로써 1등을 하고 온갖 풍을 떨던 드와이트는 꼴찌를 했으니, 속좁은 남자의 자존심엔 금이 갈 수 밖에.
아무튼, 토비는 점점 성숙한 소년이 되어 자신의 앞길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고 상급학교에 극적으로(!) 진학하게 되면서 드와이트의 곁을 떠난다. 영화를 보면서 과연 이 영화의 결말이 어떻게 날 것인가하는 궁금증이 꽤 컸었는데 영화가 끝나고 나니, 이 영화는 결말에 대한 카타르시스보다는 제목 그대로 10대 소년의 삶을 보여주는 과정에 촛점을 맞췄던게 아닌가 싶다.
새아버지의 무자비한 학대를 이겨내고 멋있는 백조가 되어 날아간다 -> 아닙니다.
새아버지는 끔찍한 고통을 주는 인물이다. -> 착각입니다.
토비는 부유한 친아버지에게 돌아가 행복한 삶을 살게 된다 -> 택도 없습니다.
다만, 그냥 그렇게 콘크리트의 대부분 아이들처럼, 그렇게 자라 드와이트와 별반 다르지 않은 삶을 살 수도 있었던 토비는 자신의 더 넓은 세상을 향해 한걸음 나아간다는 것. 토비의 친구이기도 했던 곱상한 소년이 바랐던 그것처럼 얼치기 바보 녀석들과는 다른 삶을 걸어가게 된다.
뭐 엄청난 반전이나 인생의 소용돌이 같은건 없지만,
그리고 딱히 뭔가 던져주는 메시지도 없지만 -.-. (못느꼈습니다. 미안합니다;;)
한 소년이 자기만의 방식으로 삶을 고민하고 돌파구를 만들어내는 과정(삶의 개척까지는 아니고요)과 부모의 역활이라는 점을 생각해볼만은 합니다.
그리고 주근깨도 덜벗겨진 중2병 걸린 레오의 연기도 볼만 합니다. 엄마만 쫓아다니며 아기처럼 해맑던 토비가 새로운 학교에 들어가 사춘기를 겪으며 고사리같은 손으로 담배를 피워무는 변화가 참 귀엽습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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