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문열차도 열심히들 따라다니더만..
마음은 있었으나, 어쩌다 가까운 곳에 기회가 있기도 했지만
어째 가기가 좀 뭣하여..
전역하는 날까지 그냥 영상과 음악으로 허한 마음을 달래기로 했었다.
다만 전역콘 만큼은 기필코 가리라 다짐하면서.
그렇게 팔자에 없는 고무신 노릇이 끝나고
꽃같은 바쿄시니 전역을 하야... 이제 곧 보겠구나 생각은 했지만 적어도 해는 넘길줄 알았다. -..-;
그런데 두둥! 12월 28일, 29일 거기다 스탠딩!!

이게 전역자의 몸! 촤컬릿 복근을 드러내며 상의탈의 감행하메..
내가 남자 목선에 집착하는건 또 어뜨케 알긔..
(세번째 사진의 각도에서 귓바퀴 뒷부분을 시작으로 쇄골 중심점에서 어깨 부리돌기뼈까지 이어지는 삼각라인이 아름다운 남자를 매우 사랑합니다. *-_-* 헤헷..)
갑작스럽게 콘서트 일정이 발표되긴 했는데 내 주변 녀석들은 클럽 인디공연과 내한공연 위주로 보는 놈들 뿐이라
나도 공중파 가수는 유일하게 바쿄시니 하나 좋아하는거지만.. (공중파 가수라는 말이 좀 웃긴다.. -_-ㅋ)
암튼, 티켓 가격도 내 좋아하는 가수니 의리로 가달라는 말하기엔 높은 편이라 혼자 가기로 했었다.
명당자리 콘솔 9구역은 일찌감치 다 빠져서 11구역 맨 앞자리로 예매를 해두고
(클럽 공연에선 절대 볼 수 없는 피튀기는 티켓혈전. 자유 루팅 파티에서 레이드 보스 레어템 떨궜을때와 같은 분위기?)
마음 편하게 기다리고 있으려니 나의 음악 친구 먼데이양이
"언니, 바쿄시니 공연 한담서? 옛날에 이지형 공연 세번이나 따라와 줬으니 이번엔 내가 품앗이 한번 할께." 라고.
정말 의리 때문에 봤던 세번의 공연이 이런식으로 은혜를 갚는구나 싶더긘.
(이지형씨 팬분들에겐 죄송. 그러나 당시 제 취향은 매우 달리는 곡들 위주여서 =_=)
명당자리를 취소하고 다시 티켓혈전. =ㅂ=;; 예매대기까지 걸어두고 반품되는 표들을 기다리고 있으려니
떡 하니 9구역 좋은 자리가 떠서 바로 예매.

미스터빅 내한 이후 오랜만에 찾은 잠실 올림픽공원.
눈의 꽃 바쿄시니 공연인걸 아는지 하늘에서 아주 눈을 기냥, 마구, 닥치는대로 옴팡지게 내리는 수준이 아니라 막 던져 =_=..
허미, 뭔놈의 사람이 이렇게 많은가.
티켓값 딸랑 만원내고도 맥주까지 얻어먹는 클럽 공연과는 차원이 달라. 아주 그냥 이건 다른 세계. 유명가수야!!
전역가수 바쿄시니 티켓파워에 놀란 먼데이양의 손을 꼬옥 잡고 공연장으로 향했다.
"바쿄시니 인기 많으네. 소녀들 바글바글한다."
"그러게 말이다. 우리가 바쿄시니랑 얼추 동갑이니까.. 이중에 우리 딸 뻘도 있겠지? =..="
옘빙 ㅠ..ㅠ

당연하게도 공연시간은 폭설로 인해 지연되었고 주변에선 투덜대기도 하더라만,
그냥 그러려니... 원래 늦으려니 하고 기다리면서 사진이나 한장.
이 정도면 뭐 괜찮은 자리.
스탠딩은 거의 뭐 가두리 양식장.. =..=ㅋ
곧이어 암전.
나오는구나.
우리 바쿄시니 나오는구나.
이게 몇년만이냐!
유툽 찾으면 안나오는게 없는 세상.
기프트와 졸타로 시작된 공연.
졸타를 들으면 늘 슷태지와 아이들의 환상속의 그대 안무가 생각나서 풉 =_=..
오프닝을 시작으로 열심히 열성껏 달리기 시작.
"준비됐어요?!!"라고 물었지?
그럼 얘, 내가 준비만 몇년인줄 아니?
"헤에이예~" 하는 순간 그냥 가는거지.
내가 졸타 뮤직비디오를 첨 보고
손을 황진이 춤사위 손짓으로 요로케 하고 "샤닝스따~" 할때 우리 바쿄시니의 색기를 봤다는거 -_-ㅋㅋㅋ
이렇게 시작된 공연은 괭이 머리띠와 세일러문 요술지팡이에도 불구하고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긔..
롤링과 온리유, 사랑사랑사랑... 순서는 섞였을지 몰라도 암튼
씐나게 달렸던 것 같다.
먼데이 양과 처음 본 내한이었던 마룬5의 선데이모닝을 부를땐 그녀의 눈가는 촉촉히 =_=ㅋ입가는 빙그레.
(그때도 잠실 올공. 공연 끝나고 택시가 안잡혀 버스 잘못 타고 하남까지 갔던 =_=;; 논두렁 밭두렁~)
그리고 바쿄시니 팬들이 매우 사랑하는 그 곡.
흩어진 나날들.
강수지의 노래로 처음 들었던 흩어진 나날들.
사실 난 너무 많이 들어서 큰 감흥이 없다능.
바쿄시니의 리메이크 앨범 Neo Classicism에서도
'어느새' 와 '너에게'만 주로 들었기 때문에.
근데 요건 잘 안불러주더라긔.
그리고 영상이 어디에 들어갔었는지는 가물가물.
암튼, 내 기억으로는 영상의 그림체가 스마일브러쉬 와루 작가 같았는데 확실치는 않다.
만약 맞다면 잇힝 매우 반가운.
내 책장에 살포시 한자리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애끼는 와루작가.
아래는 급 찍어본 와루 작가 군대 에피소드 그림. ㅋㅋㅋ 군대영상이랑 거의 흡사한 그림체.

군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멋진사나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왠지 군가할 것 같더니만. 역시나 우리 바쿄시니 날 실망시키지 않긔.
'나를 넘는다'를 듣고 싶었는데 '멋진 사나이'
아... 그리고 그분. 모든 언어를 시로 만들고 모든 시를 음악으로 만드는 우리 소라언님.
공연 전날 이미 29일 게스트는 이소라 언님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간터라 이제나 저제나 기다렸는데 드디어 강림하신!
먼데이양도 이소라 게스트라는 말에 본 공연보다 더 기다리고 있었는데 "우어!!" 함성 한번 질러주고.
'바람이 분다'는 불러본 자들만이 안다. 멋모르고 덤볐다가 자괴감에 빠져 다시는 입도 달싹 못하게 만드는 곡임을.
난이도를 떠나 그 맛을 살리기가 참말로 어렵다는거.
바쿄시니 곡도 그러하지만, 암튼 소라언님 나가수에서 부를때
저곡을 우리 바쿄시니가 부르면 어떨까나 했었는데 이런 종합선물세트같은 남자!
1절 바쿄시니와 2절 소라언님의 무대가 끝나고 도란도란 토크.
나능 이상하게 소라언님과 바쿄시니가 한 무대 있으믄 그렇게 좋드라.
많은 가수들과 함께 노래를 했지만
남자는 비주얼 가수 김범수와 여자는 소라언님과 거미양과의 무대가 참말로 좋다능.
과거 신석기 시대때 J양과의 무대는 흡사 전투같았음. =_=..;; 미얀.. 내 개인적 생각일 뿐이야. 까지 말아줘;;
28일 공연에는 김광진 님의 편지를 불렀다는데 ㅠ..ㅠ!!!!!
이건 영상으로 위로를.
이번 공연은 이틀 모두 게스트가 참 좋아서
둘 중 언제 갔더라도 후회가 없었을테지만 또 그렇기에 가지 않은 하루에 대한 미련은 더욱 커진다.
바쿄시니 본인 곡도 좋지만
이런 무대도 보석같은 것들이 많아서 따로 저장해놓고 듣는다능.
포풍같은 전개가 이어지고 객석과 가두리 양식장을 충격과 경악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클럽타임.
오메=_=;;
우린 같은 30대인데,
바쿄시니 니가 데뷔할때 나도 솜털이 뽀송하였거늘
어찌하여
나는 늙고 쪼그라들고
너는 여전히 탱탱한 도가니 연골을 장착하고 있는 것이느냐.
빅뱅의 판타스틱 베이비...
중요한건
내가 그 노래를 몰롸... =ㅂ=;;;!!
몰라도 일단 즈... 즐거워;;...!
깨알같은 연기력도 보여줬던!!
나능 봤어.
'행군' 에서 언듯 스치듯 표출했던 연기의 욕망을!
순서는 뒤죽박죽이지만,
팬들 사이에서 두고두고 아쉽다는 소리를 들은 히트곡 메들리.
ㅎ
근데 바쿄시니 공연하면 아니, 바쿄시니라고 하면 일단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첫번째는 여전히 소몰이 (이들은 아직도 눈의 꽃이랑 바보밖에 모르는 사람들)
두번째는 발라드의 황태자;;; 발라드의 신;; 축 쳐지고 우울할때 들으면 더 우울해지는 노래라는..
뭐 이런 이미지가 강한데
이번 공연보면서 나름 변화를 위해 많이 노력한다는 느낌이 들더군.
그래서인지 기존 공연에서 불리던 곡들이 많이 빠진 것 같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 것도 사실.
어떤 가수들은 타고난 재능그릇으로 두고두고 하나의 모습을 유지하는 반면 (대부분)
바쿄시니는 계속 변화하고 발전하고 또 다른 무언가를 준비하는 것 같다.
이게 참 드물고도 위험해 뵐 수는 있는데
지가 그렇게 해가겠다는데
좋아하는 사람들은 또 그대로 받아들여줘야하는 의무가 있는거지.
이 시절은 싫고
저 창법은 낯설고
그 노래가 더 좋고
요 무대는 아쉽고
아무리 쫑알대봤자
바쿄시니는 자기 방식대로 걸어갈테니까.
이렇게 레벨업을 거듭해서 만들어질 완성형 바쿄시니가 어떤 모습일지 지켜보는 재미도 있으니까.
나는 자유방임형 팬이라
하는대로 그저 지켜볼 뿐임.
다만 전역한지 얼마 되지 않아 준비기간이 짧아서
본인도 말했다시피 생각한 만큼 다 보여주지 못한 것 같기도 하고.
좋은 예를 들었는데
누군가에게 줄 선물을 고르고 고르다 결국 시간에 쫓겨 허겁지겁 산 것 같은?
그래도 잘했어. 즐거웠고 행복했어.
2012년을 보내기 전에 잘 다녀왔다고 인사 전해줘서 고마웠어.
요즘엔 잘 안쓰지만 크리스마스 카드에
Merry Christmas and Happy New Year 라고 쓰잖아. 그것처럼 크리스마스와 새해 인사를 함께 받은 기분이었으니까.

공연 중엔 찰칵 대는게 싫어서 사진 안찍는데 피날레는 한장 남겨놓고 싶더긘.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이 끊겨
콜을 불렀는데 콜택시 회사 5군데에서 까이고 =_= (아, 왜 11시 반에서 1시 사이엔 배차가 안되나요! 안되는게 아니라 안하는거지!)
택시도 안잡혀 처음 가보는 동네에서 한시간 덜덜덜 떨면서도
쏟아지는 폭설을 맞으며 눈의 꽃을 흥얼댈 수 있었으니 =_=;;
이 정도면 뭐 나름 우직한 소새끼같은 팬은 맞지 않늬?

그 와중에 이런 사진도 찍었잖아.
저 뿌연게 다 눈입니다. 눈!
눈 포탄!!!
...
바쿄시니가 말한 선물의 의미를 이젠 나도 안다.
진짜 내가 본대로 느낀대로 리뷰를 써보려고
쓰고 쓰고 쓰다가
임시저장만 몇달인가 =_=
결국 내 기억력의 한계를 인정하며
느낌이라도 살아있을때 기록해 놔야겠다는 마음에
매우 쫓기듯 써버린 것.
이 누더기처럼 조각조각 기워진 글을 누구에게 선물할거는 아니지만은;;
암튼..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지만
난 기록을 지배하는 추억을 쟁여놓기 위해 일단 올려둔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다시 만나는 날엔
또 거적대기처럼 닳아빠진 시냅스를 바짝 쪼여보마.
121229 박효신 WAR IS O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