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만들때에 의도한대로 맛이 나지 않으면 조미료를 쓴다. 그게 설탕, 간장, 소금 무엇이라도 일단 뭔가 음식 맛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넣는 것이 조미료다. 한식의 짭쪼롬함을 원한다면 소금일테고 케이크나 쿠키같은 서양 베이킹이라면 설탕일 것이다. 


김은숙 작가의 작품은 그야말로 오리지날 케이크다. 눈도 즐겁고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달콤함. 언제나 달달하게 서로를 사랑하는 남녀의 모습. 그간 김은숙 작가는 순항을 해왔다. 작품을 내놓기만 하면 시청률 탑을 갱신했고 그녀의 작품 속 배우는 말할 것도 없고 소품, 대사, 의상 그 모든게 온나라를 휩쓸었다. 그러나 이번 <신사의 품격>을 본 후, 비타민제를 좀 챙겨 드셨어야지 않나 싶은 생각이다. 즉, 고갈되어간다는 느낌이 너무나 역력했다는 말이다. 회가 거듭할 수록 재료맛 대신 설탕맛이 진하게 느껴지는 것이, 본인 스스로 뭔가 마음에 안들었던건지 위기감을 느꼈던건지 과하게 단맛을 내려고 노력한 흔적이 엿보였다. 물론 이 글을 본 신품 팬들은 거품을 물고 달려들 수도 있겠지만~


사실 초반 신품에 대한 여론은 별로 좋지 않았다. 두 남녀의 첫 만남의 진부함이라던가, 두 배우의 부조화, 김은숙표 캐릭터 배경에 대한 위화감 기타등등 악평이 많았던게 사실이다. 3~4회로 넘어가면서 마치 기획사에서 보도자료라도 뿌려댄듯 칭찬일색의 기사들이 쏟아지기 시작했고 네티즌들은 갑자기 마구 열광을 해댔다. 마치 우리나라에서 '히트하는 곡은 많이 트는 곡이다'.. 라는 공식이 대입된 것처럼' 재밌다, 재밌다, 재밌다' 해대니 '정말 재밌나?' 하고 느끼는 것 처럼. 


물론 4커플의 러브라인은 각자의 개성에 맞게 달콤했고 재미있었다. 그런데 이 재미라는 것이, 앞서 말한 음식의 맛과 비슷해서 재료의 맛이 자연스레 우러나서 맛있는 것과 작정하고 조미료를 쳐서 '죽어도 맛있어야돼!' 하는 것과는 다르다는게 내 생각이다. 어째 재미있고 달콤하고 다 좋은데 그게 만들어낸 사람의 위기의식이 느껴질만큼 절박한 달콤함이라고 해야할까.


또 작가 스스로 주인공인 장동건, 김하늘 캐릭터에 몰입을 못한건지 조연(모두 주연이긴 하지만)인 나머지 3커플이 전면에 나선 느낌이었다. 김재원의 궁디를 호되게 때리며 '난 선생이고 넌 학생이야!'를 외치던 <로망스>의 김채원 선생에서 조금도 발전되지 않은 김하늘의 연기력도 한몫했고 영화판에서 선굵은 연기로 미모에 묻힌 연기력을 다시 캐낸 장동건은 왜 <우리들의 천국>으로 되돌아간 것 같은지.. 도통 이 커플의 러브라인에는 왜 몰입이 안되는 것이었을까. 악플 백만대군이 몰려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든다. 빠심은 일단 넣어두는 걸로~





왜 명필 김은숙 작가님을 물고 늘어지느냐! 하진 마시길.

난 미드에 미쳐 한국 드라마 수준을 다 낮다고 폄하하는 부류도 아니고

로코라면 모두 사랑타령에 눈물바람이라고 혐오하는 부류도 아니고

작가가 놀면서 쪽대본 날려가며 회당 몇천씩 받아먹는다고 생각하는 무뇌도 아니다.


김은숙 작가의 전작인 <시크릿 가든>이나 <시티홀>, <온에어>등 모든 작품을 재미있게 봤었고 설정의 진부함을 탓하기 전에 김은숙 작가의 감각있는 대사와 캐릭터에 먼저 박수를 쳤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신사의 품격>에서 김작가의 감성적 고갈을 눈치챌 수 있었다. 


글이란건 참 신기하게도, 마음먹고 달려들면 잘 안써지더라긔. 내 마음이 시키는 것과 내 감각이 충만한 물처럼 넘쳐흐를때가 되면 의도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써지는 것인데, 이번 작품은 아무래도 씐나게 이어진 것 같지는 않더라는.. 그런 생각.


물론 정답은 김은숙 작가만이 알고 있겠지.


좀 쉬시길. <온에어>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진리를 담은 명대사. 


'작가도 소모품이다'




천천히 들숨 날숨 잘 컨트롤하며 오래 달려갑시다.

작가님 깉은 아쌀한 감각을 지닌 작가가 쉽사리 고갈되어 쓰여져 버리는건 나도 원치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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