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214 박효신 현대백화점 발렌타인 콘서트 눈의 꽃
나는..
그 정도의 열정은 없었다. 매주 가는 압구정인데, 매주 지나치는 현대백화점인데
발렌타인 콘서트로 인해 전쟁을 방불케하는 티켓 혈투가 일어났다는 소식만 들었을 뿐,
그것을 뚫고 들어갈만한 오기는 없는 인간이다.
나는 늘, 바쿄시니를 좋아한다면서도
그 흔한 짤을 모으지도, 영상을 쌓아두지도 않는,
그저 라이브 음원을 추출해 mp3에 담고 앨범을 사고 타이밍이 맞는 공연을 찾아가는,
고만고만한 응원군의 하나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사랑하는 외국횽아들에 비해
이 바쿄시니라는 뮤지션에 갖는 감정은 단지 좋아한다는 감정을 넘어선 애틋함이다.
그는 나의 뮤즈다.
나는 그의 음악을 듣고 그의 목소리에서 이야기를 떠올린다.
그것이 스토리가 되고 대본이 된다.
아주 오래전
병든 마음이 몸의 병까지 일으켰었던
그 사람을 만났던 시절,
펑펑 쏟아지는 눈을 맞으며 들었던 눈의 꽃.
사람은 떠났어도 음악은 남았고 음악이 남은 그 자리에 나의 뮤즈가 자리잡았다.
나는 그토록 너를 사랑했나니,
그러나 시간이 지난 후 남은건 너에 대한 기억이 아닌
너와 함께 했던 시간동안 내 심장을 파고들었던 그 노래 뿐이니...
사랑은 그만큼 허망하다.
그러고보니,
바쿄시니 노래 중에 가장 좋아하는 곡은 이게 아닌데
자꾸 눈의 꽃 포스팅만 올리는 것 같긘.
어쨌건..
추억이 남은 곡이긴 하니까.
소복히 눈이 내린 그 거리,
오렌지 빛 가로등 아래, 나를 기다리던 그 남자의 기다란 그림자,
눈장난,
처음이자 마지막 보았던 그 남자의 눈물.
길다면 긴 인생에서
찰나에 불과한,
아무런 힘도 없는 추억이라는 시간의 잔재.
모든건 그렇게 덧없이 흘렀고
이젠 그 시절의 사람보다
열심히 사랑했고
덧없이 앓았던
그때의 내가 더 그리울 뿐.
바쿄시니는 늘 내게 아련한 존재긘... -..-; 힛..